디지털 민속학

디지털 민속 시대, 민속학 연구자 역할의 변화는 어떻게 되는가

1004yappy 2025. 7. 4. 14:02

민속학은 오랜 시간 구술문화, 의례, 설화, 민속놀이, 음식, 사투리 등 전통적 생활문화를 채집하고 기록하는 학문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전환의 물결 속에서 민속학은 단순한 ‘기록의 학문’을 넘어, 기술과 사회, 공동체 사이의 의미망을 새롭게 설계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특히 민속 자료가 디지털 방식으로 보존·유통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자동 분석, 시각화, 콘텐츠화가 활발해지면서, 민속학자에게도 새로운 역할 전환이 필요해졌습니다. 디지털 민속 콘텐츠가 확산되는 요즘, 연구자는 단순한 아카이브 작성자에서 나아가 디지털 기술과 민속 전통의 윤리적 조율자, 공동체 해석자, 그리고 감수성 있는 설계자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디지털 전환기 속에서 민속학 연구자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디지털 민속이라는 새로운 환경 안에서 어떤 윤리적·실천적 과제를 안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민속 시대, 민속학 연구자 역할의 변화는

디지털 민속 아카이브 구축에서의 민속학자의 기획·감수 역할

디지털 민속 콘텐츠는 단순히 전통문화의 디지털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민속 자료의 구조화, 접근성 향상, 시각적 재현, 그리고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라는 여러 기술적 층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속학자의 역할은 기록자의 위치를 넘어서 ‘기획자이자 감수자’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 구술자료를 텍스트로 전사하고 AI로 요약·분류할 때, 그 내용을 문화적 맥락 속에서 정확히 해석하고 분류하는 감수 작업은 전통적인 언어모델로는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민속학자는 이 과정에서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이 전통의 의미와 일치하는지, 혹은 지역 공동체의 감정과 정체성을 왜곡하지는 않는지를 판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정리가 아니라, 문화 감수성과 기술 해석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차원의 작업입니다. 또한 디지털 민속 아카이브를 설계할 때, 어떤 자료를 포함하고 어떤 형식으로 사용자에게 노출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문화적 가치 판단을 동반한 행위로, 민속학자의 직관과 해석 능력이 필수적으로 개입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민속 콘텐츠가 진정한 공공문화자산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데이터화가 아니라 민속학 중심의 맥락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때 민속학자의 감수성과 실천이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 민속 기반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실천가형 연구자의 등장

디지털 전환은 민속학자의 활동 영역을 대학 강의실이나 학술지 너머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에서 전통문화를 소개하거나 해설하는 민속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민속학자는 단지 연구 결과를 정리하는 사람이 아닌 ‘콘텐츠 공동제작자’ 혹은 ‘디지털 민속 큐레이터’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몇몇 연구자들은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지역 주민과 함께 영상을 기획하고, 굿, 민요, 세시풍속 등 현장의 문화적 장면을 직접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필드워크의 방식도 전통적인 참여관찰을 넘어, AR·VR 기획 회의에 참여하거나, 음성 데이터 모델링, 3D 전시 기획 등 기술기반 프로젝트의 민속 감수자로 활동하는 중입니다.

디지털 민속 시대의 연구자는 현장성과 기술 이해, 그리고 공동체와의 조율 능력을 모두 갖춘 실천가형 연구자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역할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의 전승이 단절되지 않고 미래 세대에 연결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민속학자는 더 이상 “지나간 것을 해석하는 사람”이 아닌 “지금 이 시대의 전통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동시대적 문화 기획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의 윤리적 가이드로서의 민속학자의 책무

AI, 자동화, 생성형 콘텐츠가 민속 데이터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문화적 쟁점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전통 설화는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으며, AI로 합성된 민요나 무당의 굿 장면은 윤리적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기술이 전통을 다룰 때 발생하는 해석의 오류, 감정의 왜곡, 공동체 정체성의 훼손 문제를 조율하는 것도 민속학자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민속학자는 디지털 민속 콘텐츠의 윤리 기준을 제시하고, 콘텐츠 제작자와 지역 공동체 사이의 매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민감한 전통문화가 데이터화될 때, 누구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지, 특정 지역이나 계층의 문화가 단일한 시각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감시자의 역할도 수행하게 됩니다. 디지털 민속의 본질은 ‘기억과 전통을 기술로 번역하는 과정’이므로, 이 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문화적 판단력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입니다. 민속학자는 이 역량을 갖춘 ‘문화 번역자’이자 ‘디지털 민속 윤리 가이드’로서 기능하며, 이 시대의 전통문화가 기술에 의해 왜곡되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사회에 환원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주체로 활동해야 합니다.

 

디지털 민속 연구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민속학자의 학제 간 협업 역할 

디지털 민속 환경에서는 민속학자 단독의 연구 역량만으로는 콘텐츠 제작과 아카이브 구축, 분석, 활용까지 모든 과정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민속학자는 기술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영상 프로듀서, 지역 공동체 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학제 간 협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민속 실천을 추구해야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텍스트 분석 도구, 음성 합성 모델, 인터랙티브 전시 기획 등은 민속학자가 스스로 설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동 설계자(co-designer)로서의 역할 정립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 구술자료를 AI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할 경우, 민속학자는 문화적 문맥을 제공하고, 개발자는 기술 구현을 담당하며, 콘텐츠 기획자는 시청각적 전달 방식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다학제적 협업 속에서 민속학자의 역할은 기술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에 대한 해석의 중심을 제시하고 방향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에 있습니다.

또한 민속 콘텐츠의 제작 및 유통 구조가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민속학자는 유튜브 알고리즘, 키워드 기반 콘텐츠 구성, 검색 최적화 등 실질적 미디어 전략에 대한 이해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민속학은 이제 더 이상 연구실 안의 학문에 머무를 수 없으며, 현장과 디지털 플랫폼, 공공 정책과 시민 참여가 교차하는 복합 네트워크 안에서 민속을 살아 있는 문화로 지속시키는 실천 학문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 콘텐츠는 단지 민속의 ‘기록물’이 아니라, 민속의 ‘변용을 유도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민속학자는 전통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 머물기보다는,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통제할지를 고민하는 문화 매니저로서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같은 역할의 변화는 향후 민속학 교육과정의 개편, 연구 프로젝트의 설계 방식, 시민참여형 아카이브의 운영 전략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디지털 민속 시대의 새로운 지적 기반이 형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디지털 민속 패러다임에서 민속학자의 지속가능한 연구 생태계 구축 과제

디지털 민속 콘텐츠가 활발하게 제작되고 유통되는 지금, 민속학자의 활동 기반 역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과거 민속 연구는 문헌 기반 또는 필드워크 기반 중심의 비교적 제한된 구조였으나, 지금은 AI 기술, 빅데이터, 클라우드 아카이브, 인터페이스 설계 등이 모두 연구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민속학자의 직업 정체성과 연구 방식에도 구조적 전환을 요구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논문을 생산하고 발표하는 학자가 아닌, 디지털 민속 플랫폼의 설계자, 민속 데이터 관리자, 문화기술 개발의 자문자, 정책 제안자로서 역할의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과제는 연구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디지털 민속 콘텐츠는 기술의 진화 속도에 따라 빠르게 소모되고 단절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속학자는 단기 콘텐츠 생산에만 집중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축적 가능한 연구 아카이브’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 공공기관, 시민사회, 기술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아카이브 모델, 혹은 지속 가능한 민속 DB 생태계에 대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디지털 민속 콘텐츠의 품질 관리와 저작권, 지역 공동체의 참여 권한, 수익 배분 문제 등 민감한 주제를 둘러싼 윤리 규범을 정립하는 데도 민속학자의 중재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전통문화는 민감한 기억, 종교적 신념, 지역 갈등 등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데이터화하거나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민속학자는 디지털 민속을 ‘기술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조’로 접근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학문 내외부의 경계를 허무는 포용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결국 디지털 민속 시대의 연구자는 콘텐츠 생산자이자 감수자, 해석자이자 정책 제안자, 기획자이자 공동체 연결자로서 총체적 문화 실천자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층적 역할 수행이야말로 21세기형 민속학자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