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AI 기술, 민속 문화의 보존과 디지털 민속의 상업화 사이에서

전통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삶과 문화, 세대 간의 전통이 교차하는 장소였습니다. 시장을 오가며 주고받는 사투리, 세시풍속을 반영한 물품 구성, 좌판 위에 놓인 음식과 물건에 담긴 조상의 지혜 등은 모두 민속 문화의 일환이자 살아 있는 생활사 자료입니다. 하지만 현대화와 대형마트의 확산,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는 전통시장의 입지를 좁히고 있으며, 지역 고유의 문화도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AI 기술을 활용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판매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AI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전통시장이 지닌 민속적 가치를 보존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지역 전통시장이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AI 기술이 그 보존과 상업화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구해 보겠습니다.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서 전통시장의 문화적 가치와 AI 기록 기술

전통시장에서 형성되는 구술 문화, 상품 구성, 시기별 판매 품목은 단지 경제적 행위가 아니라 민속적 생활양식의 직접적인 반영입니다. 예를 들어 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등장하는 떡국떡, 한과, 제기용품 등은 단순한 판매 품목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세시풍속을 구성하는 문화적 장면입니다. 이러한 전통시장의 변화 양상을 AI 기반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로 기록하고 아카이브 화한다면, 민속학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지자체에서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말투, 상품 소개 방식, 손님과의 대화 등을 음성으로 수집하여 자연어처리(NLP) 기술로 분석하고, 지역 방언의 언어 자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시장은 디지털 민속 콘텐츠의 생성지로 기능할 수 있으며, AI는 그 문화적 정체성을 기록하고 구조화하는 기술적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데이터 수집을 넘어, 시장이 지닌 감정적, 역사적, 지역적 맥락을 함께 보존할 수 있어야 진정한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AI 기반 상업화 전략과 디지털 민속의 경계 설정

전통시장에 AI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효과는 상업적 효율성입니다. 수요 예측, 고객 행동 분석, 자동 결제 시스템, 실시간 재고 관리 등은 전통시장의 운영을 현대화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AI 기반의 상업화 전략이 디지털 민속 콘텐츠와 결합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민속 음식이 AI 추천 시스템에 따라 ‘팔릴 만한 상품’ 중심으로만 재구성된다면, 원래의 전통성과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과 상인의 구술 문화가 AI 챗봇이나 음성안내 시스템으로 대체될 경우,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줄어들면서 전통시장의 본래 정서가 사라질 가능성도 큽니다. 디지털 민속은 ‘기록’이자 ‘재현’이며, 무엇보다 ‘존중’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AI를 전통시장에 도입할 때는 단순히 매출 증대가 아니라, 문화 보존과 전통 재해석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며, 이는 기술적 구현 이전에 정책적 방향성과 설계 원칙부터 마련되어야 합니다.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만드는 디지털 민속형 전통시장 플랫폼

AI 기술이 전통시장을 단순히 분석하고 예측하는 도구가 아닌, 디지털 민속 콘텐츠의 제작 도구로 기능하려면 지역 공동체의 참여가 핵심입니다. 지역 상인, 주민, 민속학자, 기술 개발자가 함께 모여 ‘전통시장 속 민속’을 재발굴하고, 이를 디지털 콘텐츠로 가공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문화 실천이 됩니다. 예컨대 시장 상인의 구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AI 음성 해설 콘텐츠, 세시풍속에 따른 추천 장보기 코스, 전통 요리법과 연계된 AR 조리 체험 등은 모두 전통시장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동시에 민속 콘텐츠의 소비방식을 현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일방향적 기술 투입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상호설계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민속은 공동체의 기억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AI는 그 기억을 왜곡 없이 해석하고 전달하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전통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잇는 민속적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통시장 기반 문화 플랫폼 구상

디지털 민속 콘텐츠의 실천 현장으로서 전통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별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지역 전체가 참여하는 문화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정부는 전통시장을 단순 유통공간이 아닌 ‘민속문화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예산 지원과 인력 양성을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특히 AI 기반 데이터 수집, 음성 기록, AR 콘텐츠 제작, 민속 해설 챗봇 개발 등은 전통문화 보존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이 직접 민속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어 시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가 정례화된다면, 전통시장은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관광과 교육 콘텐츠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은 고정된 전통을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그 전통을 확장하고 재해석하는 실천이기 때문에, AI 기술이 전통시장 안에서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이는 한국형 디지털 민속 콘텐츠의 모범 사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민속의 지역 정체성 회복을 위한 전통시장 중심 전략

AI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민속 콘텐츠는 전통시장을 단지 경제적 거래의 공간이 아닌, 지역 정체성의 회복과 재창조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의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를 넘어 지역 주민의 일상적 삶이 녹아든 ‘살아 있는 문화 공간’이었습니다. 세시풍속에 맞춰 바뀌는 상품 구성, 방언이 섞인 대화, 오래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좌판 구조, 심지어 상인들의 의복과 판매 전략까지도 지역의 민속적 특색을 그대로 드러내는 민속현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화와 온라인 중심 유통의 확산으로 이 같은 민속적 현장은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에게 전통시장은 낯선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민속 콘텐츠는 전통시장과 젊은 세대 사이의 단절을 해소하는 문화적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기록한 지역 방언 콘텐츠를 활용해 시장 내에서 음성 안내 시스템을 제공하거나, 세대 간의 언어 차이를 시각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를 운영한다면, 시장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 체험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민속 콘텐츠는 청년층 창업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역 전통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민속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기획, 마케팅, 커머스와 결합하면, 전통시장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지역 자립의 거점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전통시장은 디지털 민속 전략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경제 생태계 안에서 되살리는 장소로 탈바꿈할 수 있고, 이는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접 연결된 핵심 정책 어젠다가 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민속 기반 전통시장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과 과제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 구성된 전통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은 바로 글로벌 문화 콘텐츠화에 있습니다. 과거 전통시장은 지역 내 소비자를 위한 로컬 공간에 불과했지만, AI 기술과 디지털 민속 콘텐츠가 결합되면서 이제는 전 세계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민속 경험 공간’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시장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던 시장통 사투리, 명절 장보기 문화, 전통 방식으로 만든 떡과 한과의 제작 과정을 AI 기반 다국어 자막과 음성 번역 기술로 처리하여 글로벌 유튜브 채널, 메타버스 플랫폼, 온라인 박람회에서 소개한다면, 이는 단순한 수출 이상의 민속 외교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류 확산과 맞물려 한국적 민속 이미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통시장의 일상성을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 번역하는 일은 매우 실효성 높은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정체성의 간소화와 전통의 상업화 왜곡입니다. AI가 전통시장의 민속 요소를 콘텐츠화할 때 ‘글로벌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미지’만을 반복 생산하게 되면, 전통의 맥락과 다양성이 희생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깨비방망이나 한복 차림의 상인이 등장하는 이미지가 반복되면서, 실제 전통시장이 지닌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문화 층위는 점차 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민속 기반 글로벌 콘텐츠 전략은 ‘한국적 민속 다양성’의 보존을 전제로 하며, 전통을 해체하거나 소비하기보다는 이해시키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번역의 전략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이처럼 전통시장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한국의 일상과 전통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생생한 디지털 민속 무대이며, 그 기획과 실현은 기술보다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