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민속으로 부활한 ‘옛날 옛적에’ 이야기, 다시금 주목 받는 이유
“옛날 옛적에…”라는 문장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전래 동화나 구전 설화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어릴 적 잠들기 전 어머니나 할머니의 입을 통해 전해졌던 옛이야기 들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가치관과 공동체 정체성을 심어주는 문화적 뿌리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전통 이야기 콘텐츠는 점점 소비되지 않는 문화로 밀려났으며, 디지털 환경과 감각적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낡은 이야기’로 치부되기 일쑤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기술의 발전은 전통 서사의 새로운 부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서의 ‘이야기’는 지금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존에 존재하던 민속 설화나 전래 동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작하고, 디지털 공간에서 재유통할 수 있게 하면서, 이야기 문화의 생산·소비 구조 자체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AI는 단순히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이미지 생성, 음성 합성, 몰입형 인터페이스 등과 결합하여 구전 이야기의 감각적 전달력을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민속 콘텐츠의 형식과 접근 방식을 바꿈과 동시에, ‘무형문화’로서의 민속 콘텐츠가 어떻게 계승되고 진화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게 합니다. 지금 우리가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지 이야기 자체가 아닌, 그것이 AI와 만나며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지금부터 ‘옛날 옛적에’로 대표되는 구술 이야기 콘텐츠가 AI 기술과 만나 어떻게 재탄생하고 있는지와 그 서사적 구조, 시청각적 표현 방식, 문화적 의미는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또한 생성형 AI를 활용한 전통 서사 재구성 사례, 디지털 민속학의 관점에서 본 콘텐츠 윤리, 교육 및 산업적 활용 가능성까지 포함하여 AI 시대의 이야기 콘텐츠가 가지는 전통과 미래의 접점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서 AI 기반 이야기 재구성의 특징
AI 기술의 발전은 이야기 콘텐츠의 제작 방식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작가 개인의 상상력이나 공동체의 구술을 통해 만들어지던 전통 이야기가 이제는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생성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언어 모델은 수많은 민속 설화나 전래 동화의 구조를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야기 패턴을 구성해 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단순한 서사를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지역의 전통적 어휘나 방언, 구술 방식까지 모방하며 ‘전통의 감각’을 복원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재생산이 아닌,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서의 이야기 구조 복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습니다. 예를 들어 ‘호랑이와 곶감’처럼 널리 알려진 민담이, AI를 통해 각 지역의 방언 버전으로 재생산되거나, 현대적 교훈이 반영된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민속적 이야기의 보편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며, 구술 민속학에서 강조하는 ‘다층적 이야기 맥락’을 디지털로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이야기 콘텐츠가 민속적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의 감성과 기술에 맞춰 재탄생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시청각 융합형 디지털 민속 이야기 콘텐츠의 구현
이야기는 본래 말로 전해지는 예술이지만, AI 시대에는 음성 합성, 이미지 생성, 영상 편집 기술이 융합되며 시청각 기반의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야기 원고를 ElevenLabs 등의 음성 합성 AI로 변환하면, 구술자 특유의 억양이나 감정을 살린 내레이션이 가능해지며, 이는 전래동화 오디오북, 민속 애니메이션, 유튜브 민속 콘텐츠로 제작되는 데 유리한 기반이 됩니다.
또한, Midjourney나 Ideogram 같은 이미지 생성 AI는 ‘조선시대 혼례 장면’이나 ‘두꺼비를 업고 다니는 호랑이’ 같은 전통 설화 속 장면을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 RunwayML 등의 영상 AI를 더하면, 짧은 전통 이야기를 영상 클립이나 짧은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시청각적 몰입을 유도하는 디지털 민속 경험 콘텐츠로 이어지며, 디지털 세대에게 전통 이야기의 정서를 친숙하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시청각 융합은 전통 서사의 감성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넓히는 기반이 됩니다.
AI와 디지털 민속이 만들어내는 서사 형식의 다양화
AI는 전통 이야기를 다양한 서사 구조로 재해석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래 동화는 서사 구조가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교훈 중심의 결말을 갖는 경우가 많았으나, 생성형 AI는 하나의 이야기에서 수십 가지 결말이나 캐릭터 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이야기라도 주인공의 성별을 바꾸거나,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설정하거나, 판타지 요소를 추가해 **‘디지털 민속적 변주’**로 재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형식은 교육, 게임, 콘텐츠 산업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기존의 민속 이야기를 더 넓은 층의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전략이 됩니다.
특히 어린이 콘텐츠 시장에서 AI 기반 이야기 변주는 큰 가능성을 가지는데 예를 들어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민담을 아이의 연령이나 관심사에 맞게 AI가 자동 조정해 주는 맞춤형 동화 콘텐츠는 부모와 교육자 모두에게 유용한 자원이 됩니다. 이는 민속 이야기가 더 이상 박물관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적인 디지털 소비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AI는 이야기의 작법과 구조를 확장할 수 있는 도구이며, 이를 민속 콘텐츠 제작과 결합하면 새로운 이야기 문화의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 콘텐츠의 윤리적 과제와 AI의 한계
AI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그로 인한 윤리적 문제와 문화 왜곡의 위험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통 설화를 AI가 재창작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문화 맥락이나 민감한 상징이 왜곡되거나 단순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신앙과 관련된 무속 이야기, 지역 공동체의 상처가 담긴 설화 등은 단순히 이야기의 요소로 다루기 어려운 민속적 감수성이 요구됩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지만, 그 데이터가 가진 맥락까지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AI를 통해 민속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반드시 민속학자나 지역 전문가의 검수 과정이 병행되어야 하며, 단순한 자동화 콘텐츠가 아닌 문화 감수성이 반영된 민속 콘텐츠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AI가 만든 이야기의 저작권, 원형 콘텐츠의 출처 표기, 공동체의 기여도 인정 등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특히 전통 설화는 특정 공동체가 수백 년간 구술로 전승해 온 문화 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기술로 변환하고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주체성 보호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AI 시대의 디지털 민속 콘텐츠는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공동체 중심의 설계가 되어야 하며, 윤리적 고려 없이는 결코 지속 가능한 전통 콘텐츠가 될 수 없습니다.
디지털 민속 교육 콘텐츠로서 AI 기반 이야기의 활용 가능성
AI 시대의 이야기 콘텐츠는 단지 창작과 오락을 넘어서 교육 현장에서의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는 높은 실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래동화나 민담, 지역 설화는 원래부터 어린이의 정서 발달과 공동체 가치관의 내면화에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텍스트 중심의 정형화된 이야기 전달 방식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점차 흥미를 끌기 어려워졌고, 이는 전통 이야기 콘텐츠의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어왔습니다. 이때 AI는 이야기의 구조는 유지하되, 학습자의 연령·관심사·언어 수준에 맞춰 동적이고 맞춤화된 이야기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전통 설화를 읽은 후, 학생 개개인이 AI를 통해 ‘만약 선녀가 도망가지 않았다면?’ 또는 ‘이야기의 배경이 조선이 아니라 2025년 서울이었다면?’ 등의 질문을 던지며 대체 결말이나 시나리오를 직접 생성해 보는 수업은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유의미한 민속 교육 모델이 됩니다. AI가 제시하는 대체 이야기들은 원형 설화의 상징성과 구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단순한 이야기 소비가 아닌 디지털 민속 스토리텔링 실습의 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전통 서사를 주입식으로 학습하던 방식을 넘어, 학생이 이야기의 공동 창작자로 참여하게 만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한 민속 전승의 새로운 실천 방법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 기반 이야기 콘텐츠는 창의성 교육, 전통문화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융합 지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시합니다.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민속 이야기 콘텐츠의 실천 전략
AI 기반 이야기 콘텐츠는 지역문화 콘텐츠로의 전환 가능성 또한 매우 높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에는 고유한 설화, 전설, 민담이 존재하며, 이는 지리적 특징, 역사, 인물, 생활문화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은 대개 구술 자료로만 남아 있거나, 일부는 문헌으로 정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되지 못한 채 잊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서의 AI 기술은 지역 설화를 텍스트·음성·영상으로 전환하고, 이를 교육·관광·축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예컨대 지역 주민의 구술을 기반으로 AI가 스토리북을 자동 제작하거나, 전통 이야기를 테마로 한 디지털 민속 관광 콘텐츠가 기획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강원도 평창에서는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한 AI 기반 캐릭터 스토리북을 제작해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에 적용한 사례가 있으며, 이는 교육적 가치뿐 아니라 지역문화의 정체성 강화,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실천은 민속 자료의 디지털화에서 멈추지 않고, 지역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참여형 민속 콘텐츠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집니다. AI는 그 과정에서 자동화된 보조자일뿐, 해석과 선택은 지역 구성원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지역 이야기의 재발굴과 재해석을 AI와 협업함으로써, 전통은 박물관 유물로 남지 않고 오늘날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현재형 민속’으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민속 기반의 이야기 콘텐츠는 지역사회 문화재생, 로컬 브랜딩, 마을교육공동체와도 연결되며 사회적 파급력을 갖는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디지털 민속 이야기 생태계를 위한 제도적 과제
AI와 전통 이야기의 결합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려면, 기술 개발과 콘텐츠 제작을 넘어 제도적 기반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AI 민속 콘텐츠는 실험적 시도에 그치거나, 개인 또는 민간 차원의 프로젝트로 흩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축적된 데이터가 통합되지 않고, 동일한 민속 자원이 반복 소비되거나, 지역별 이야기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민속 콘텐츠 아카이브 구축이 우선되어야 하며, 각 지역 설화나 전통 이야기를 디지털화·AI 화하는 사업이 문화재청, 지역문화재단, 민속학회 등의 협력 아래 진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구술 설화를 텍스트로 전환하는 AI 자동 전사 시스템, 이야기별 메타데이터 표준화, 음성·영상 자료의 저작권 보호 기준 마련 등은 향후 민속 콘텐츠의 대중 활용을 위한 핵심 과제입니다. 동시에 청소년·고령층·이주민 등 다양한 문화 주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플랫폼 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민속 이야기의 현대적 해석이 소수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과 공동체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열린 민속 실천 구조가 요구됩니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AI 기반 전통 이야기 콘텐츠는 단기 트렌드가 아닌 지속 가능한 문화자산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 기술을 통해 무엇을 지키고 확장할 것인가는 사회 전체의 책임이며, 디지털 민속 콘텐츠 생태계는 공동의 문화 선택의 결과물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