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민속학

AI 음성 합성을 활용한 사투리 보존 프로젝트 사례 분석 하기

1004yappy 2025. 6. 27. 03:47

지방 고유의 말씨, 즉 사투리는 단순한 언어의 차이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감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 자산입니다. 그러나 전국적 표준어 중심의 방송, 교육, 콘텐츠 소비 환경이 확대되면서, 점점 더 많은 지역에서 고유의 사투리가 소실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의 지역 사투리에 대한 구사력이 낮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는 사투리를 '촌스럽다'라고 여기며 사용을 꺼리기도 합니다.

AI 음성 합성 활용한 사투리 보존 프로젝트

 

이런 변화는 곧 지역 언어의 실질적인 소멸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언어적 다양성뿐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까지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디지털 민속'입니다. 디지털 민속은 사라져 가는 전통적 언어, 이야기, 발화 방식 등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보존하고 재생산하는 접근입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AI 음성 합성 기술을 통해 사투리를 보존하고 전승하려는 다양한 프로젝트 사례를 분석하고, 디지털 민속의 관점에서 그 문화적 의미를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AI 음성 합성 기술의 원리와 디지털 민속 활용 가능성은

AI 음성 합성(Text-to-Speech, TTS) 기술은 사람의 목소리를 데이터로 학습해, 기계가 사람처럼 말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의 자연스러운 발화가 가능해지면서 특정 인물의 억양, 말투, 심지어 감정까지 복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언어를 디지털화하고 전승하는 데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투리는 음성의 높낮이, 리듬, 특유의 말끝 처리 등 비정형적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텍스트 기록만으로는 완전한 보존이 어렵습니다.

AI 음성 합성 기술은 이러한 특징들을 디지털 음성 데이터로 저장하고 재현함으로써, 지역 고유의 언어 표현을 보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의 관점에서도, 이는 과거의 구술 문화를 현대 기술로 계승하는 실천이며, 단순한 기술 응용이 아닌 문화 복원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사투리 보존 프로젝트 사례 : 기술과 문화의 만남

현재 국내에서는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다양한 지역을 중심으로 사투리 보존을 위한 음성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구축한 지역 방언 음성 데이터베이스가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실제 지역 주민의 발화를 녹음하고, 이를 AI가 학습하여 특정 사투리 억양으로 말하는 TTS 모델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기술은 향후 지역 관광 콘텐츠, 스마트 스피커 음성 응답, 지역 안내 방송 등에서 활용될 예정입니다.

해외 사례로는 일본 오키나와 방언 복원 프로젝트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일본의 한 스타트업은 오키나와 지역 노인의 구술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게 하여, 젊은 세대에게 사투리를 친숙하게 전달하는 음성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학자들은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세대 간 언어 단절을 막고 문화적 연속성을 회복하는 ‘디지털 전승’의 사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투리가 단지 언어가 아니라, 공동체 정체성의 중요한 매개체라는 점을 반영한 접근입니다.

사투리의 디지털 재현에서 발생하는 윤리적·문화적 쟁점 3가지

AI를 활용한 사투리 보존은 기술적으로는 매우 유망하지만, 문화적, 윤리적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존재합니다. 첫째, AI가 학습한 사투리 발화가 지역 주민의 실제 말투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검증하지 않으면, 오히려 잘못된 인식이나 왜곡된 표현이 확산될 우려가 있습니다. 둘째, 특정 사투리가 콘텐츠화되는 과정에서 오락화되거나 희화화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예컨대, 사투리를 ‘재밌는 억양’으로만 소비하고 그 문화적 맥락은 삭제될 경우, 오히려 지역성을 상처 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동의와 권리 보호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디지털 민속의 핵심은 '기록이 아닌 관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AI 기반의 디지털 민속은 단순한 기술 저장소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언어와 감정을 다루는 민감한 작업입니다. 따라서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 투명한 데이터 활용, 맥락 있는 콘텐츠 기획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사투리 보존이 가능합니다.

디지털 민속으로서의 사투리 보존, 그 지속 가능성은

결국 AI 음성 합성을 통한 사투리 보존은 단기적 기술 프로젝트를 넘어, 장기적 문화 생태계 구축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문화 콘텐츠, 공공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투리 음성 자원이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 초등학교에서 사투리로 동화를 들려주는 교육 콘텐츠, 사투리 기반의 팟캐스트 시리즈, 지역 박물관의 AI 도슨트 음성 등에 적용된다면, 사투리는 ‘듣는 언어’에서 ‘쓰는 언어’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투리를 이야기 자원으로 확장하여 디지털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개발한다면, 지역성은 보존되면서도 시장성과 창의성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은 기술과 공동체,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살아 있는 유산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사투리 보존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닌,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기억을 이어가는 작업이며, AI 음성 합성은 그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확장해 주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의 관점에서 본 사투리 복원의 교육·문화적 가치

사투리를 AI 음성으로 복원하는 작업은 단순한 기술적 보존을 넘어, 문화적 자긍심을 회복하고 세대 간 단절을 해소하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은 그 가능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분야입니다. 최근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는 지역 방언을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하기 위해, AI로 복원된 사투리 음성을 활용한 디지털 교재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상도 지역의 초등학생이 실제 할아버지 세대의 억양으로 말하는 동화를 듣고 따라 읽는 과정은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문화적 몰입을 제공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이는 '말을 따라 하다 보면 문화도 배운다'는 구술 문화의 전통을 디지털 민속 콘텐츠로 계승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 축제나 전통시장 안내 방송에 해당 지역의 사투리 TTS 음성이 사용되면서, 사투리는 더 이상 ‘낡은 언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정체성’으로 다시 기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민속은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과거의 언어를 현재적 체험으로 전환시키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문화 유지와 정체성 복원이라는 이중적 효과를 창출합니다.

지속 가능한 디지털 민속 생태계를 위한 협업과 기술 윤리

AI 음성 합성을 통해 사투리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협업 구조와 윤리적 기준의 정립입니다. 디지털 민속 프로젝트는 기술자와 언어학자, 지역 커뮤니티, 문화 기획자 사이의 협력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TTS 모델이 실제 지역민의 억양을 반영하려면, 음성 수집 과정에서 충분한 표본과 정확한 언어 해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투리에 대한 학문적 분석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AI 모델이 특정 방언을 잘못된 억양으로 재현할 경우, 이는 곧 지역 문화에 대한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검수와 교차 검증 절차가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데이터 제공자에 대한 보상, 음성 사용의 범위 제한, 지역의 동의 여부 등도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이는 디지털 민속 콘텐츠의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언어 자산 보존 정책과 연계되어 사투리 음성 자원이 공공재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디지털 민속은 단순한 콘텐츠 생산 도구를 넘어, 지역 문화의 재생산 구조를 복원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습니다.